아그파필름 파산신청

익히 다들 알고 있는 뉴스라고 생각하지만, 새삼스래 아그파의 기억이 떠올라서 적어본다.

어떤 글 하나를 포스팅하면서,
분위기에 맞는 사진을 함께 올리고 싶어지면 옛 사진들을 뒤적거려보곤 한다.
2001년 부터의 사진을 뒤적거리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필카만 사용했던 지난 4년간의 사진과, 디카를 주로 사용한 최근 1년간의 사진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싸구려 카메라이긴 하지만 수동촛점식 카메라와 똑딱이 디카의 결과물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우습긴 하지만 아무래도 필카쪽이 정말 정감이 있는 것 같다.
스냅용 디카가 아닌 DSLR쪽으로 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DSLR의 목표는 필름카메라와 같아지는 것이 라고 하지 않는가. 이것 또한 진짜 비싼 DSLR이라면 얘기가 또 달라지긴 한다.. ‘-‘); 요점이 뭘까; 필카가 좋다고 우기고 있는 걸까;
암튼,

필카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필름을 한꺼번에 많이 사놓고 사용을 한다.
난 필름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이것저것 섞어서 사고 특별히 선호하는 필름은 없었다.
단지 조금 싫어했던 필름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라 하는 후지 리얼라..
싫어했던 이유는.. 로모에 리얼라를 사용할때.
한컷 찍고 와인더를 돌릴때 조심하지 않으면 필름이 감기면서 자꾸 찢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필름들은 아무리 힘차게 와인더를 돌려도 필름이 찢어지거나 하는 일이 없었는데, 유독 리얼라만 그랬다. 사진은 뭐 푸르딩딩한게 그럭저럭 맘에 들었다.

처음에는 선호하는 필름이 없었는데, 이것저것 사용하다 보니 선호하는 필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아그파 비스타 100”
솔직히 사진 결과에 대한 선호도 인지는 잘 모르겠다.
필름에 대한 지출비용이 만만치 않는 필카 사용자로서,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을 테고
어이없지만 오렌지색의 포장도 맘에 들었던 것 같다.
사진도, 포장을 따라서 약간 노란빛의 따뜻한 사진으로 만들어 낸다.
가격대비 최고의 필름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필름을 주문했을 때 – 그래봤자 작년이지만 – 아그파 비스타 100을 잔뜩 주문했는데, 주문한 곳에서 전화가 왔다. 아그파 물량이 없는데, 다른걸로 보내주면 안되겠냐고.
그때 다른 곳에는 물품 리스트에 아그파가 아예 없었고, 내가 주문한 곳에만 있길래 그곳에 주문한 것이었는데.. 그때부터 아그파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주문한 곳에는 알겠다고 하고 다른걸로 다시 선택을 했고, 집에 몇개 남아 있지 않던 비스타 100을 보면서, 저걸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잠시 했다.
그리고 몇주 전에 마지막 남은 비스타 100을 사용했다. 아니 사용하고 있다.
지금 내 가방속에 있는 로모에는 마지막 한롤인 아그파필름이 들어있다.
어제 집에 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이녀석으로 마구 찍어주었는데
어쩌면 이녀석, 마지막 가는 길에 예쁜 걸 남기고 싶어서 그런 하늘을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그파필름. 138년 동안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