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

1997년, 내 나이 18살.. 한창 만화에 심하게 빠져 있던 그 때..
대원에서 나온 “푸른하늘”이라는 만화가 있다.
comic_bluesky책대여점에는 이 책이 없었고, 책대여점에 책을 대주는 작은 책도매점이 있었는데 그 곳의 아저씨와 친해서 자주 이것저것 보러 다녔었다.
책을 사면 아저씨가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셔서 더 잘 놀러갔던 것 같다.
그때, 왠만한 만화책을 다 봤고 볼게 없어서 잘안보는 공포물까지 다 볼무렵에 “푸른하늘”이라는 만화를 접하게 되었다.
그저 가만히 책장에 꼽혀있을 뿐이었지만, 푸른.. 하늘.. 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온갖색이 나오는 색연필로 슥슥 그린듯한 표지가 마음에 들었었다.
그때 당시 내가 별로 관심 갖지 않던 단순한 그림체도 마음에 들었었다.
4권 정도가 나왔던 것 같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1권 뿐..
내용도 별것 없고 등장인물도 특별할 것 없는 만화다.
독백형태의 대사처리가 많고, 개인적일뿐인 감정의 표출이 많은 만화다.
코믹한 설정도 그다지 없고, 진짜 만화처럼 매력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일상적인 생활들이 나열되고, 매 회의 주인공이 되는 등장인물의 감정묘사가 주를 이룬다.
보면 볼수록 단순한 것들 뿐인데, 어쩜 이렇게 심리를 파고 들어 묘사를 해내는지 모르겠다.
대사도 모두 간결할 뿐이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정말 정적이다…
아무튼..
18살의 그때, 이 만화에 굉장히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묘한 심리묘사..
소재는.. 촌스런 누나를 사랑하는 동생도 있고, 커다란 어른이 되고픈 어른스런 아이도 있고, 여자를 이성으로 느끼는 여자도 있고.. 등등..
소재는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내용을 보면 절대로 당황스럽지 않다.
오히려 너무 공감이 가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대사도.. 어쩜.. 너무나 정적이고 순수하고 아름답다.
궂이 장르를 따지자면 학원물일까..?
아무튼..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1권이 아닌 뒷편에 가면 여러가지 사랑에 대한 멋진 것들도 많이 나오는데..
어렸을때 본것이라 자세히 기억이 안난다.. 조만간 뒷권들도 다시 구해서 보고 싶다..^^
집에는 1권이 있기 때문에 생각나면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하기 때문에 1권에 있는 에피소드들은 많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어른이 되고싶은 어른스러운 어린아이 쇼고.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을 자기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자기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해 탐구를 해간다..
주변사람들을 많이 생각하면서도 어른스러워 지고 싶은 마음에 말은 헛나오고..
어른이 되고픈 마음과 지금 어린 자신과의 괴리감을 참지 못하고 도망쳐보기도 하고..
단지 어른이 되어 강한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자신을 이끄는 있는 손을 놓음으로서 아픔을 느껴보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성장기의 마음이지만..
중간에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나만이.. 별 기억이 없다.. 우리들의 이야기..
누나는 웃으면서 얘기하지만…한번도 생각 안해본걸까?
지금 이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될까.. 라고.
이 손을… 놓게 되면… 단지 그것만으로.. 조그만 나는 겨울 하늘 아래 혼자 남겨져 사람들 속에 섞여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사람들 속에 섞여서…
언젠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건 너무 간단한 일…
간단한..
그때 나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걸을 수 있을까?
이렇게 혼자 뛰어보니까 겨울의 거리는 의외로 너무 넓어.
그런데도 나는 사람들과는 자꾸 부딪히게 된다.’
“미안합니다”
조그만 나는 계속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몇번이나 몇번이나 누군가와 부딪친다.
계속 누군가와….
“우왁~”
“미.. 미안합니다!”
“아니? 너 혹시… 쇼고? 혼자 뭐하니, 누나는? 같이 나오지 않았어?”
“…어떻게 알았어? 에… 마고토 형.”
“으응, 게이코가 말해줬거든.
왜 그러니? 그렇게 급하게… 위험하잖아.
아, 혹시 누나를 잃어버렸니? 같이 누나 찾아 줄까?
분명 걱정하고 있을 거야.”
‘아…’
‘그래… 또 귀찮게 만들었어’
“… 그렇겠지. 걱정하겠지? 정말 난 무슨 짓을 한거야?”
‘그 손을 누나가 먼저 놓을 일은 절대 없을 텐데.’
“나는 왜 맨날 이런 바보스런 일만 저지르는 걸까?
생각나는대로 말도 함부로 하고…
누구도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은데- 맘대로 되지가 않아.
난 언제나 누나를 열심히 도와 주려고 열심히 착한 아이인 척 하지.
하지만 허둥지둥 무리하면 할수록 누나를 귀찮게 하고 말야- 아까처럼.
역시 난 안돼.
왜냐면 그건 거짓말이거든. 그건 사실이 아냐. 진짜 내가 아니라구.
앗, 미안해. 나 말도 안되는 소리 많이 했지?”
“풋.. (키득키득)”
“왜 웃어? 나 뭐 이상한 말… 실례되는 말 했어?”
“-아, 아냐, 쇼고는… 정말 닮았어. 바로 얼마전 나같애..(키득키득)
-쇼고야, 난 어떤 사람으로 보이니?
내 얼굴을 보고 모두 상냥할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그래도 애써 상냥한 척 하는 거지”
“왜?”
“그건 말야,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그것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것도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
언젠가 꼭 그것이 진짜가 될 거거든.
… 쇼고도 분명 그럴거야.”
“마고토 형은 언제 진짜가 됐어?”
“지금도 노력하는 중이야, 하지만 괜찮아.
척.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거짓웃음도 웃음은 웃음이니까.
강한 척하는 것도 사실 진짜 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미소)

겨울 하늘을 향해 발돋움 한다. 기껏해야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글쎄 역시 아직… 이 자리가 가장 편하거든
언젠가 어른이 되는 날까지
난 여기서 봄을 기다릴래.

멋진 어린아이 쇼고. 멋진 형아 마고토.
마고토도 쇼고도 작은 아이들이다.
한창 감수성 예민 하던 시절에 이 만화를 보고 많이 영향을 받았었다.

강한 척하는 것도 진짜로 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내가 항상 착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고 고민하다가도 이 대사를 생각하며 위로 받곤 한다.

코믹플러스의 “푸른하늘” 리뷰 #1
성장이라는 코드 ‘푸른하늘’ : 새는 하늘에…. 나는 어디에?
코믹플러스의 “푸른하늘” 리뷰 #2
모두 다 자유로와져라! ‘푸른하늘’ : 비오는 날 그리운 푸른 하늘 같은 만화
푸른하늘(晴天なり。) 시리즈(1995년) : 국내에서는 「푸른하늘」로 1997년 1권에서 6권까지 출판.
Satoru Aikawa작.
대원/shinshokan

  • 1권 : 푸른하늘(晴天なり。)
  • 2권 : 사랑한다고말해줘(愛していると言ってくれ)
  • 3권 : Thanks X 100(サンクス·ア·ミリオン)
  • 4권 : 외계인 교차점(異星人交差点-エイリアン★クロスロ-ド)
  • 5권 : 주말의 연인(週末のこいびと)
  • 6권 : 물고기의 F(さかなの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