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집 뒷골목을 걸어갈 때 였다

언젠가 우리집 뒷골목을 걸어갈 때 였다.
평소엔 앞골목으로 다니고 그 길은 오전 9시~ 오후 8시 까지만 이용하곤 하는 뒷골목이었다.
말 그대로 뒷골목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약간 어둡고, 근처가 변리사 학원들이 있어서 공부하던 늙은(?) 학생들이 나와서 담배를 피곤 하는 골목이기 때문이다.
그 날은 재봉질 마스터가 되기 위해 오후 7시에 그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헌데 내 앞을 천천히 걷고 있던 공주풍 옷을 입은 그녀가 갑자기 날 불러 세웠다.
그녀: 저기…..
ㄴ ㅏ: 넹?
그녀: …. 저기 핸드폰 한 번만 써도 될까요?
음…
잠시 동안 난 많은 생각을 했다.
요즘 세상이 하도 흉흉하다 보니, 별 희안한 걸로 납치나 사기를 치기 때문에…
네이트 톡을 꾸준히 보면 괜히 시비 걸어서 데리고 가려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척 하면서 납치하려는 사람 등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다. 그래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 처럼 보인다고 해도 무슨 일일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그녀는 매우 띨빡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따..ㅜㅠㅠ
그녀는 전원이 켜져 있는 자기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어서 좀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은 아직 길이 밝았고, 담배 피러 나온 고시생(?)들이 주변에 약간 있었기 때문에 핸드폰을 빌려주기로 했다.
내가 했던 생각.
1. 나으 핸드폰을 빌려서 내가 이동하지 못하도록 한 다음에, 이상한 아저씨들에게 전화를 해서 나를 끌고가게 한다.
2. 이상한 유료서비스에 전화를 해서 내 핸펀으로 뭔가 이상한 짓을 한다.
3. 내 핸펀으로 통화를 하면서 슬슬 이동하면 내가 따라갈테니까 그 때 납치를 한다.
흠.. -_-a
어쨌든 일단 핸펀을 빌려주기로 했응게 풀터치스마트폰을 모를 것 같은 그녀를 위해 통화모드의 터치키패드까지 누를 수 있는 화면까지 직접 눌러주었다.
그녀는 왠지 사기당하는 듯한 늬앙스로 통화를 하면서 주변을 어슬렁+두리번 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왠지 불안했다 -_-
불안한 20초 가량의 통화가 끝나고 그녀는 이상한 건물로 들어갔다.
나한테는 별일이 없었는데 그녀에게는 별일이 생길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단계 아니면 피팅 모델을 알바를 빙자한 사기 등.. 그런 느낌 -_-a
다단계 회사에 처음 찾아가는데 길을 잘 몰라서 전화로 물어본 느낌..
뭐 결론적으로는 아무일 없는 날이긴 했는데.. 네이트 톡에서 자꾸 납치얘기를 보니까 걍 생각났다.
요즘은 함부로 남 도와주면 안된다.
어차피 난 잘 안도와주긴 한다;
– 초딩 때 길에 앞서서 걷던 중딩 남자애가 동전을 여러개 떨어뜨리고는 몇 개를 못 찾아서 바닥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스쳐 지나가는 길에 한 개가 보이길래 손가락으로 여기 있다고 알려주고 나서 갔더니, 그늠 시키가 갑자기 뒤에서 입 틀어 막구 주차된 차 사이로 끌구 가서 등 뒤에 칼 비슷한걸 (당시엔 칼이라고 생각했지만 칼 인척 하는 다른것 일수도 있다구 생각함) 들이대구선..
지 친구들이 어디어디에 있는데 같이 좀 가자구..
그래서 내가 싫다구, 어디 가냐구, 누가 기다리냐구 꼬치꼬치 계속 쉬지도 않고 캐물었더니 귀찮았는지 할말이 없었는지 걍 도망갔음 -_-a (순진한 납치범인듯..)
그 이후로 길에서 누가 뭐 하고 있어도 안 도와준다.
– 뻘글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