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전에 써보는 비수면 위내시경 후기…

feat. 트름

건강검진 할 때가 되어서 하고 왔다…
엄청 예전에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 이후로 민간 검진을 한 적이 없어서, 정말 오랜만에 뭔가 검진을 한 것이다.
채혈하고 신체검사(?)하고 기타 등등 일반적인 것들은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되니까 특별할 것은 없었다.

다만, 이번엔 생전 처음으로 비수면 내시경 검사를 하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수면 내시경이 어떤 원리(?)인지 대략 아니까 굳이 수면 내시경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 수면 내시경이 진짜로 자는 건 아니고, 그 순간을 내가 기억 못하도록 해주는 것 뿐이다. 수면 내시경을 하든 비수면 내시경을 하든 주체자인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똑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는… 아니 수면 내시경을 하면 약간 더 헛소리 하는 걸 보게 되는게 다르려나..

아무튼 제정신인 채로 목구멍이 뭔가 들어가는 걸 내가 참기 힘들 것 같아서 수면 내시경을 하고 싶었다.
헌데 전화 예약을 할 때 물어보니, 약 8만원의 추가비용과 함께 (여성의 경우)보호자가 동반해야하고, 시간도 1시간 정도 더 걸린다고 한다.
추가비용이야 지불하면 되는 것인데 동반할 보호자가 없다…!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비수면 내시경을 도전하게 되었다.

오후 1:30 예약이었고, 전날 오후 7시에 저녁식사, 저녁 9시 부터 금식, 12시 부터는 물도 금지.

작은 검사들을 모두 끝내고, 내시경 검사를 위한 섹터에서 잠깐의 대기시간이 있었는데 그 동안 벽에 붙은 안내문을 읽어보았다.
원래는 비수면 내시경일 경우 구토감 방지를 위해 목에 약간의 마취제 같은걸 도포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해당 안내문은 목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우선은 코로나 확산 때문에 1회용이 아닌 마취 스프레이를 돌려가면서 사용할 수 없으니 국가에서 권고가 내려온 것 때문에 그렇다고 했고, 그 옆 안내문에는 마취제 사용시의 나쁜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뭐라뭐라 설명이 적혀있는데 중요한 내용은 아니고 아무튼 마취제 안쓰는게 나으니 우리병원은 안쓴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때부터 조금 걱정이되었다…
나는 치과에서 진료할때도 치료가 조금 길어지면 개구 때문에 구역질이 나서 굉장히 잘 못참는 타입이다. 그래서 예전에 조금 심할때는 어린이용 덮개 같은걸 이에 씌우고 한 적도 있다..ㅋㅋ 용어는 잘 모르겠지만 해당 이만 딱 나오고 옆으로는 고무막 같은게 펼쳐져서 물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게 해주는 그런거다…
아무튼 그래서 그 굵은 내시경 카메라가 목을 생으로 넘어가는걸 내가 견딜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되었다….
소요 시간이 5분 정도로 짧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ㅜㅜ

걱정을 하면서 대기를 하고 있으니, 간호사 언니가 팔뚝에 주사를 놔주었고, 액상 형태의 튜브를 먹으라고 줬다.
둘 다 설명을 하면서 주셨는데, 뭔지 까먹었다. 둘 중에 하나는 장 운동을 약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 건 확실하다.

나에게 배정된 침대로 가서 옆으로 누웠다… 어시스트 해주시는 분들은 다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내시경 조작하시는 분만 남자 선생님이었다. 그것도 젊은 남자 선생님… 부끄럽… 기는 개뿔이 내시경을 넣자마자 헛구역질과 이물감 때문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뱃속에 이미 들어간 부분이야 아무 느낌이 없으니까 괜찮은데, 목구멍을 스쳐지나가는 호스 느낌이 날때 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내 뒤에서 내 어깨를 잡고 진정시켜주시는 여자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계속 다정하게 말해주지 않았으면 나만 10분 넘게 걸렸을지도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분이 계속 한 말은 힘을 너무 주고 있으니 힘을 빼라, 호흡해라, 트름을 참아봐라. 요거 3개였다.
앞에 2개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할 수 있었으나, 트름을 참는 것은 불가능 한 것 같았다.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큰 트름을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해보긴 처음이었다.
정말 0.001초 정도 부끄럽고 바로 다른 감정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많이 부끄럽진 않았다. 그 트름의 정체가 내장에서 공기가 빠져나오는 소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나마 덜 부끄러웠던 것 같다. 뭐 원래도 트름의 정체가 그거긴 한대… 그래두 뭐 먹고 하는 트름이랑은 좀 다르니까 ㅠㅠ 그냥 그렇게 생각해야지 덜 부끄럽지.
내가 트름을 할때 마다 여자 선생님이 “트름을 좀 참아보세요~”, “트름 한 번 정도만 참으면 끝나요~” 이러는데 도저히 참는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트름을 참는 몸의 시뮬레이션 조차 되지 않았다.
평소에 트름을 잘 해본 사람이라면 참는 방법이 있는 걸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내가 트름을 참으려면 나는 입을 닫아야만 가능하다. 헌데 내시경 검사 중에는 개구기가 끼워져 있으니 입을 다물수가 없었고, 트름을 참는 것이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너무 궁금해서, 검사 끝나자마자 여자선생님한테 물어봤다.
“트름을 참을 수가 있어요..?”
그랬더니 의식적으로 참을 수는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평소에 어느정도 훈련(?)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다음 번에 비수면 내시경 검사를 할때는 트름 참는 훈련을 꼭 하고 가는 걸로… ! (?)